감성시17 우산 속 거리 □우산 하나로 좁아진 거리는 마음 하나로 넓어진다. ■ 우산 속 거리 김왕식 비 오는 날, 낯선 사람과 우산 하나를 나눠 쓴 적이 있다. 우산이 좁아 서로 어깨가 닿았고, 말없이 걸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우산 속 작은 세상이 그날은 온 세상 같았다.집에 와서 우산을 접는데, 그 사람의 향기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비가 멈추자 헤어진 사이였지만, 그 따뜻함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가끔은 한 걸음 옆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수 있.. 2025. 5. 7.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ㅡ 시인 허만길 ■ 부르고 싶은 이름이 있다면 시인 허만길외로워 못 견디도록 부르고 싶은다정한 이름이 있다면너는 너무도 행복한 사람임을 알라.그 사람이너의 가장 그리운 사람임을그가 모른다 해도불러 보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다정한 이름을눈물겹도록 고이 간직하고 있다면너는 아무리 어두운 세상에서도너무도 행복한 사람임을 알라.오늘 밤은 유난히달이 밝고별이 빛나도다.지금 너의 마음이 텅 빈 듯이아프고 쓸쓸하다면,지금이라도 늦지 않나니,너의 가장 다정한한 사람의 이름을달빛에 찾아보고별빛에 새겨 보려무나.오늘 밤만이 아니라,먼 어느 날너의 세월이 한없이 괴롭고 쓰릴지라도그 이름 꿈속에서도사뿐사뿐 친구가 되고행복이 되고감미로운 사랑이 되어 다가올지니.■문학평.. 2025. 4. 23. 사랑의 결 ㅡ 시인 변희자 ■ 사랑의 결 시인 변희자 내 사랑은냇물 속 조약돌숲에 이는 바람푸른 하늘 파랑새대숲의 속삭임한겨울 하이얀 함박눈연둣빛 여린 새싹빠알간 딸기연분홍빛 솜사탕자줏빛 코스모스물안개 피는 강나팔꽃의 웃음이른 아침 새소리은은히 번지는 달빛찬란히 깨어나는 햇살그 모든 것보다내게 향한 너의 마음이나와 닮았으면 좋겠어흐트러짐 없이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숨 쉬는 꽃이 되고 싶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변희자 시인의 '사랑의 결'은 사랑을 향한 고요하고도 깊은 시선이 시 전체에 은은히 흐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소리 높여 외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결은 자연의 속살처럼 다정하고 섬세하다. 작.. 2025. 4. 23. 달빛 고인 고향 ㅡ 시인 변희자 ■ 달빛 고인 고향 시인 변희자달빛이 내를 건너와풀잎에 내려앉는 숲길은빛 가냘픈 빛결 따라산새가 날개 다듬고숲 뜰에는 바람도소곤소곤 노래를 한다그곳 너른 푸른 들녘숲을 낀 돌담 아래가만히 귀 기울이면비단금침 스치는 꿈결아련하여라달빛보다 더 다정한고향 숨결이 흐르고 있다■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이 시는 단순한 고향의 풍경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움의 중심에 ‘임’이 있음을 조용히 밝혀내는 작품이다. 달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임을 향한 마음이 길을 건너와 닿는 정서적 매개로 작용한다.“달빛이 내를 건너와 / 풀잎에 내려앉는 숲길”은 그리운 이를 향한 감정이 고요히 퍼져가는 풍경화와도 같고, 마음이 가닿는 길목으로 읽힌다... 2025. 4. 19. 천년의 잎 ㅡ 시인 소엽 박경숙 ■ 천년의 잎 시인 소엽 박경숙사위진 연기 자락산 그늘까지 번지던 날,차마 너의 안부를 묻지 못했다붉디붉은 침묵이지리산 골짝마다 스미는 동안너만은 살아 있기를그 바람조차 죄스러워 두 손 모았다한때,햇살 한 사발에 목욕하던 뽀얀 잎의 숨결대숲 바람과 눈 맞던 너를 잊은 적 없기에청명의 골짜기곡우의 빗물 한 줄기 머금은 너를 다시 만나니그윽한 향으로 품어 안는다그을린 숨결 너머에도 다시 피어나는 것이 찻잎이라면내 마음도 너처럼한나절 향기로 살아도 좋으리■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소엽 박경숙 시인은 고아高雅하다.시가 소엽을 닮았는지 소엽이 시를 닮았는지, 사람ㆍ시 모두 단아하다. 이번 시 또한 그러하다.한 송이 찻잎을 .. 2025. 4. 18. 파랑새가 머문 마음 ㅡ 시인 변희자 ■ 파랑새가 머문 마음 시인 변희자접어 두었던 마음 위에햇살이 스며들었어말없이 눈빛만으로 건네오던 다정함기적 같은 따뜻함이나에게 온 거야계절은 나를 안았고얼음장이 쨍하더니굳었던 마음이 녹았어햇살 같은 그 마음 따라영롱하게 괜찮아진 나구름 걷힌 파란 하늘에파랑새가 날아올랐어■ 다정함으로 피어난 내면의 기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요즘 변희자 시인의 가슴에는 분명, 가슴 적시는 사랑이 있다.사랑의 연가가 계속된다.이번 시 '파랑새가 머문 마음'은 한 편의 조용한 연가이자, 가슴 밑바닥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자아 회복의 서사다. 시인은 감정을 쏟아내는 대신, 고요한 결을 따라 사랑이 스며드는 순간을 포착한다. 언젠가 접.. 2025. 4. 18.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