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4 늙음이란 마지막 계절을 준비하는 정원의 일 ■늙음이란 마지막 계절을 준비하는 정원의 일 김왕식한 그루 나무는 바람에 기대지 않는다. 뿌리를 더 깊이 내릴 뿐이다.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햇살과 비를 견뎠던 나무처럼, 이제는 혼자 서는 연습을 하자. 누군가 그늘을 드리워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나의 그림자를 스스로 감당하자. 누군가 밥상을 차려주기를, 등을 두드려 주기를 바라지 말자. 내 한 끼는 내가 챙기고, 내 하루는 내가 꾸리자. 손에 일이 들려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음의 축복이다.몸은 낡지만 길은 더 넓어진다.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움직이자. 나를 밀어붙이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며, 속도를 늦춘 발걸음으로 세상의 결을 다시 읽자. 기억은 흐려져도 마음은 또.. 2025. 5. 11. 한 입의 온기에도, 마음이 먼저 녹아든다. □“한 입의 온기에도,마음이 먼저 녹아든다.”■ 마트 시식 코너 김왕식 마트 시식 코너에서아주머니가 어묵을 나눠주신다.“하나 드셔보세요.”입안에 따뜻한 국물이퍼진다.그냥 어묵인데왜 이리 맛있을까.그건 어묵 때문이 아니라마음 때문이다.권하는 손,기다리는 눈빛,조용한 배려.시식은 상품보다다정함이 먼저닿는다.“한 입의 온기에도,마음이 먼저 녹아든다.”ㅡ 청람 2025. 5. 8. 우산 속 거리 □우산 하나로 좁아진 거리는 마음 하나로 넓어진다. ■ 우산 속 거리 김왕식 비 오는 날, 낯선 사람과 우산 하나를 나눠 쓴 적이 있다. 우산이 좁아 서로 어깨가 닿았고, 말없이 걸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우산 속 작은 세상이 그날은 온 세상 같았다.집에 와서 우산을 접는데, 그 사람의 향기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비가 멈추자 헤어진 사이였지만, 그 따뜻함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가끔은 한 걸음 옆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수 있.. 2025. 5. 7. 죽음의 미학 ㅡ 사라짐이 남기는 빛 ■ 죽음의 미학 — 사라짐이 남기는 빛 김왕식 삶이란 언젠가 끝나는 연극이다. 누구도 대본을 완전히 알 수 없고, 언제 무대의 막이 내릴지도 모른다. 그 불확실성과 덧없음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그 끝, 죽음을 말하는 데 서툴다. 죽음은 삶의 그림자이며, 모든 존재의 귀결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것을 입에 올리기를 꺼린다. 하지만 죽음을 외면한 채 삶을 말하는 것은, 마치 그림자의 존재를 부정한 채 빛을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죽음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존재의 가장 완전한 형태로의 회귀다. 찬란한 단풍잎이 낙엽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듯, 꽃이.. 2025. 4. 28. 이전 1 다음